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포유동물 중에서 인간의 유아(乳兒)만큼 무기력한 동물은 없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모든 종류의 유용한 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유아만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유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자기 욕구를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했던 기간을 우리 모두는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뜻밖의 일로 부모에게 의존하지 못하는 유아의 시기를 보낸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같은 다른 어떤 존재에 분명히 의존했을 것입니다.
이 의존의 시간은 정말로 깁니다. 현대에는 그 기간이 더 길어져서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도 많아 보입니다. 아무튼 의존의 기간이 길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계속해서 전적인 의존이 필요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닐까요? 그러나 부모와 같은 보호자에게 평생 의존할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전지전능하신 주님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할 것입니다.
의존할 수 없을 때 유아는 불안을 느낍니다. 성인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나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주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삶은 복음에 나오듯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현재의 풍요를 줄 수는 없지만, 영원한 삶을 취할 때의 풍요를 분명히 얻게 됩니다. 주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은 주님의 일을 하게 됩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행하는 주님의 일은 기도와 묵상, 봉사와 사랑의 삶, 기쁨과 평화의 일 등입니다. 이는 특별한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땅에 보물을 쌓아 두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대신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고 하십니다. 이 세상에서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이나 귀금속 등을 하늘에 가져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늘에서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이 귀할 리가 없고 그래서 보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죽어서 가져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의 보물은 이 세상의 물질적인 보물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행하는 우리의 사랑 실천으로 완성이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추구해야 할 목표입니다. 바로 이 목표를 기억하면서 주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될 때, 바로 우리의 보물이 하늘에 차곡차곡 쌓여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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