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때 어떤 교우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학사님! 학사님은 늘 행복해 보여요. 그래서 학사님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쭉 행복하세요.”
당시 저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신부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겠냐는 불안감과 성소에 대한 의심으로 부정적 생각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저를 향해 행복해 보인다고 하니, 이분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이분의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기에 그 자체로 행복해 보인 것입니다. 즉, ‘조명연’이라는 사람을 본 것이 아니라, 조명연이 함께 하는 주님을 보셨기에 제가 행복하게 보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님과 함께하기는 그 길이 쉽지 않지만, 그곳에 늘 행복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대부분 행복하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보다 하느님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자기 욕심을 채우는 뜻보다 주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스스로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하는 사람은 분명 다른 이로부터 행복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행복의 길이었음을 조금의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알 수 있으며 실제로 행복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이 끝나는 날 다시 오실 때의 상황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큰 환난에 이어서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라고 하시지요. 어떻게 보면 아주 무서운 말씀입니다.
두려움 속에 살라는 것일까요? 우리를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이끌기 위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진짜 행복으로 우리를 이끌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진짜 행복을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십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마르 13,32)
그 누구도 모르는 시간이므로, 주님 말씀에 따라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세상의 것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행복의 길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 다니엘 예언자가 말하는 구원의 길이 됩니다(다니 1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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