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 교수 학술대회 콜로퀴엄(강학회) · 수원가톨릭대 개교 42주년 기념 제50회 학술발표회

제1회 가톨릭 교수 학술대회 콜로퀴엄(강학회) / 인공지능(AI)의 도전과 대학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은 지금까지 지켜온 신학·교리·지성·노동 등 각 분야에 있어 적지 않은 도전을 받고 있다. AI 시대가 가져온 변화에 인간과 종교, 사회는 어떠한 시각과 삶, 미래 방향을 견지해야 할까. 사제와 전문가들은 제60차 홍보 주일을 앞두고 AI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직면한 도전과 고민, 제안을 나눴다.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을까. AI가 인간 삶 전반을 뒤흔드는 시대, 가톨릭 지성인들이 기술 발전 속 인간 존엄과 대학의 역할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가톨릭교수협의회와 서울대·숙명여대·가톨릭관동대·대구가톨릭대 가톨릭교수회, 서울대 가톨릭졸업생공동체(졸톨릭) 6개 단체는 9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제1회 가톨릭 교수 학술대회 콜로퀴엄’(강학회)을 개최했다.
콜로퀴엄은 이성훈(안셀모)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 부회장의 개회사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가톨릭대학교 총장 최준규 신부, 졸톨릭 이호(아우구스티노) 회장의 축사·환영사로 시작됐다.
허두영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AI에게 ‘이것이 죄인가’ ‘괜찮은가’를 묻게 되는 ‘알고리즘 양심’ 시대
기술은 신앙의 도구일 뿐, 인간의 양심과 영적 책임 대신할 수 없어
이날 논의의 중심에는 AI가 인간의 사고와 판단,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자리했다. 허두영(디오니시오)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은 이를 ‘알고리즘 양심’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죄의식이나 삶의 고민을 성직자나 공동체 안에서 나누고 분별했다면, 앞으로는 AI에게 ‘이것이 죄인가’ ‘괜찮은가’를 묻게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AI는 성찰의 거울이 될 수 없다”며 “자기 내부와 외부 세계를 함께 바라보는 과정이 성찰인데, 알고리즘은 결국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간이 이를 자신의 양심으로 착각하기 시작할 때 신앙 공동체 역할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기술이 신앙의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양심과 영적 책임까지 대신할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원형 언어학 박사
AI 시대 여러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가톨릭 신앙과 교리 안에 존재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발표 ‘로마 인공지능 윤리 선언’이 중요한 기준
조원형(보나벤투라) 언어학 박사는 “질문 못지않게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힘이 중요하다”며 “AI 시대 여러 문제들에 대한 답은 이미 가톨릭 신앙과 교리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도하고 그 응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신앙의 힘이 발휘될 수 있고, 이는 학문과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강조했던 대학의 사명 역시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이 2020년 발표한 ‘로마 인공지능 윤리 선언’을 중요한 기준으로 언급했다. 선언은 투명성·포용성·책임성·공정성·신뢰성·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AI 시대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조 박사는 “교회는 이미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LLM, 확률적으로 언어를 생성하는 기술
토론에서는 인간 노동과 대학의 역할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조한열(미카엘) AI 교육 및 개발 공간 대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윤리적 판단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언어를 생성하는 기술에 불과하다”며 “그럴듯한 언어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인간 존엄의 한 축”이라며 “모든 생산 과정에서 인간이 철저히 배제된 사회가 현실이 될 때 교회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대학의 존재 이유 돌아보고 재정립
최영준(요한) 아주대 AI 대학원 단장은 향후 327만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은 이미 43%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AI 교수’의 등장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 역시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최 단장은 “가톨릭 대학은 기술의 목적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공동체로 스스로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AI를 얼마나 잘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얼마나 더 인간다운 교육과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적 자질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핵심
더 근본적으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홍태희(스테파노) 서강대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느님을 닮는다는 것이 반드시 더 지능적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보여주는 공감·용서·온유함 같은 관계적 자질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AI, 진정한 영적 기능에는 도달할 수 없어
설지인(마리아 막달레나)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객원교수 역시 “AI가 진정한 영적 기능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며 “바로 이 지점에서 교회의 역할이 오히려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려움보다 기쁨으로 AI 시대를 맞이하자”고 말했다.
새로운 가톨릭 지성 운동의 필요성 강조
이날 콜로퀴엄에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와 대학의 역할도 함께 논의됐다. 발표자들은 세계청년대회가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청년 세대가 신앙과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청년들이 AI 시대의 윤리와 평화·생태·공동체 문제를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과 교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콜로퀴엄은 18세기 천진암에서 평신도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학문과 신앙을 탐구했던 강학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자리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2027년 천진암 강학 250주년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신앙과 이성, 기술과 윤리를 함께 성찰하는 새로운 가톨릭 지성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수원가톨릭대 개교 42주년 기념 제50회 학술발표회 /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 선 인간과 교회
성바오로수도회 한창현 신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환경에 갇힌 신앙인들은
나주 윤 율리아 사건처럼 종교적 극단주의에 쉽게 빠질 수 있어
알고리즘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적용과 심리·사목적 접근 필요
공동 식별 교육을 포함한 교회의 적극적 참여와 대응 시급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과정을 볼 때 AI가 1985년 성모 마리아의 계시가 자신에게 왔다고 주장해 교회에서 파문당한 윤 율리아와 같은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AI 알고리즘에 따른 종교적 극단주의의 등장과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한 사목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한창현(성바오로수도회) 신부는 6~7일 수원가톨릭대에서 열린 수원가톨릭대 개교 42주년 기념 제50회 학술발표회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사회적 극단화와 사목적 응답 : 성령 안의 대화를 중심으로’란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신부는 “AI 기술 발전으로 이제 우리 자신을 포함해 주변 이웃 누구라도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질 수 있는 시대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대표적 사례가 나주 윤 율리아 사건으로, 추종자들이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틱톡에 올린 영상 조회 수가 최소 수천 회에서 최대 70만 회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AI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취향과 기존 신념에 맞는 정보만 선별해 제공하면서 자신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 확신하게 된다”며 “AI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환경에 갇힌 신앙인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에 무감각해지고 더 극단적 사상에 쉽게 물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지 못한 신자들은 AI가 추천하는 콘텐츠나 AI 챗봇에게서 영적 위안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럽게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 신부는 이를 막기 위해 △알고리즘 윤리에 대한 더 실효성 있는 접근 △AI 알고리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심리·사목적 접근 △수용적 커뮤니케이션 고려 등 세 가지 사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신부는 우선 수익을 위해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현 AI 알고리즘으로 인해 사회는 극단적 대립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 만큼 AI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기업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실질적인 규제 적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사목자들은 AI 알고리즘이 개인들의 필요에 맞추어진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사람들은 인격적인 만남 대신 가공된 위로에 의존하게 되는 만큼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회 구성원들이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에 휘둘려 나주 윤 율리아와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 빠지지 않도록 개인적 차원의 식별만이 아니라 공동 식별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이외에도 10명의 사목자 및 전문가가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 선 인간과 교회’를 주제로 다양한 발표를 이어갔다.
AI 예술가는 가치판단 능력 없는 실행자
수원가톨릭대 신현주 교수는 ‘창조자의 조건: 인간 예술가와 AI 예술가’란 주제 발표에서 “예술가는 가치 판단에 근거해 악기나 재료를 결정하며, 이를 통해 작품이 가치 있는 미적 속성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창조성을 지닌 창조자”라며 “하지만 최근 등장한 AI 예술가는 이 같은 가치판단 능력이 없으며, 실행자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대 신학은 살아있는 구원의 역사 해석
수원가톨릭대 한민택 신부는 ‘신학의 문제로서 AI: AI 시대의 신앙의 지성과 하느님의 모상’ 발표에서 “주어진 것을 다루는 데 있어 AI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며 “오늘의 신학은 데이터를 ‘정보’로만 보지 않고, 다양한 인간 삶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며 신앙에서 관건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구원의 역사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진리와 덕을 향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
수원교구 교구장 대리 곽진상 주교는 축사에서 “인공지능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지만 무비판적 낙관의 대상도 아니며, 그것은 우리에게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진지하게 믿고 더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촉구하는 시대의 부르심이자 징표”라며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진리와 덕을 향한 인간의 열망, 사랑에 응답해야 하는 우리 책임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학술발표회는 2년 전부터 우리 대학 신학자뿐 아니라 철학·과학·사회학자·미디어 전문가들이 공동연구한 결과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인류구원에 봉사하는 신학이 AI 시대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은 신학의 근본사명이며 이런 측면에서 오늘 학술대회는 신학적·교회적 소명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