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대 이성과 신앙 연구소 5월 6~7일…“AI 부작용 막으려면 교회도 열린 대화 나서야”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노동, 여론 형성, 사목 현장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AI를 인간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교회는 AI 기업들과 윤리적 기준을 두고 소통하는 한편, 신자들과도 시노드 정신에 따라 열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는 5월 6일부터 이틀간 대학 하상관 토마스홀에서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 선 인간과 교회’를 주제로 제50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에서는 연구소가 2024년 9월부터 AI를 주제로 신학, 사회학, 철학, 과학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진행해 온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정민(아녜스) 박사는 발제에서 “AI 기술은 노동 시장의 구조, 안전 및 책임 문제, 의사결정 투명성과 윤리 등에서 크나큰 사회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고용 구조 변화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거나, AI 기술이 높은 수준의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특정 대기업 및 기술 중심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교구 심재관(사무엘) 신부도 AI 기술의 집중화 문제를 짚었다. 심 신부는 “세계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10개 기업 중 8개가 AI 산업과 관련돼 있다”며 “소수의 AI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특정 가치관이나 편향된 지능이 AI의 표준이 될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AI 알고리즘’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수원교구 한정욱(베드로) 신부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이용자의 관심, 사회 이념, 정치 성향에 맞는 콘텐츠만 선별적으로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버블’ 속에 가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또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집단과만 소통하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이 같은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의견을 소수의 견해가 아니라 다수의 견해로 인식할 수 있으며, 결국 보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사목 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성 바오로 수도회 한창현(모세) 신부는 “교회 공동체에서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얻지 못한 신자들이 굳이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지 않고 나의 성향과 편견에 완벽히 호응해 주는 AI 추천 콘텐츠, AI 챗봇에서 영적 위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발제자들은 모든 기술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하며, AI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I 시대를 맞은 교회의 사목적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한창현 신부는 “AI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기업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실질적인 규제 적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 작업은 교회의 신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 전문가의 협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AI의 윤리적 결함과 지식의 편중성으로 사회가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교회가 시노드 정신에 따른 ‘성령 안에서 대화’를 바탕으로 낮은 자세에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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