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가 괜찮았어요 ?” 하며, 방금 아름다운 성탄 특송으로 성탄대축일 미사를 빛내준 성가대원들이 권하는 군고구마가 왠지 낯선지 신자들이 잘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12월 25일 성탄절 새벽, 안산대리구 하안본당(주임 : 김상순 신부) 앞마당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턱시도에 산타모자를 쓴 본당 끄레도성가대 남성 단원들과 흰색 드레스에 여성 산타 모자를 쓴 여성 단원들이 추운 성탄절 새벽,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든 신자들 손에 군고구마 하나씩을 선사하여 집에 돌아갈 때까지 따뜻하게 가는 모습은 천사들의 작은 선물을 받은 듯했다.
1개월 전부터 준비한 이번 행사는 본당의 도움없이 남성 단원들이 드럼통을 이용하여 군고구마 화덕을 직접 만들고, 인근 공사장의 건축 자재를 얻어 장작을 만들었으며, 여성 단원들은 새벽에 농수산물시장에 가 싱싱한 고구마와 감자를 사와 좋은 고구마로 선별하고 호일에 싸는 정성스런 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성탄 성가 연습하기도 바쁜데 무슨 군고구마 선물이냐”고 마다하던 일부 단원들도 “매년 대축일 때마다 신자들로부터 커다란 사랑만 받아 왔지, 성가 제창 외에는 베푼 적이 없었던 우리가 올해는 신자들에게 성탄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천사가 돼보자”는 지휘자의 제안에 모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본 김상순 주임 신부는 “사제 서품 이래 어느 본당에서도 성가대가 신자들에게 성탄 선물로 한턱을 쏘는 것을 처음 본다”며 “신자들에게 아름다운 성가 뿐 아니라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뜻깊은 선물이 되었다”고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성탄절 추운 새벽,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군고구마를 서로 나누며 정겹게 귀가하는 신자들의 모습에서 훈훈한 정이 모락모락 나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최효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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