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착좌에 즈음하여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와 격려, 축하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수원교구와 사제단, 그리고 교구민과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분에 넘치는 기도를 받고 축하말씀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여기에 와 있는가? 교구를 위해 일 할 무슨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한없이 무력하고 나약하고 결점 많은 저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숨길 수 없었기에 생각할수록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최 주교님께서 교구청에 머무르시면서 교구장직을 수행하실 때에는 늘 편안한 나날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최주교님께서는 교황님의 교구장직 사임을 받아들이신 바로 이튿날, 단 하루도 지체하지 않으시고 공동사제관인 ‘장주기 요셉관’으로 훌쩍 떠나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저와 교구청사제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편하게 해 주시기 위한 배려였겠습니다만, 그때부터 저에게는 ‘이제는 어른이 안 계시구나’, ‘누군가에게 미루거나 의탁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불안과 근심으로 밀려왔습니다. 이제는 모두 제 몫과 책임이라고 생각하니 큰 중압감과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기도를 더 많이 하면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그분의 뜻을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내야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지난 2월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강조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교야, 사제야, 신자야 네가 무엇이냐.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없는 주교, 사제, 신앙인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너무도 많이 빼어 닮고, 그분께서 가신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셨던 김추기경님의 말씀과 행동을 가슴에 새기며 저의 직무를 수행하고 싶습니다.저는 저의 힘, 정신, 마음을 다해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성사를 거룩하게 집전하는 사목자로서 완덕의 길을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합당하게 저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도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