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남편 수발을 해왔다는 얘기는 이따금 듣지만, 남편이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자신의 몸도 천식으로 고생하면서도 16년 동안 아내를 돌보며 희생해 온 한 형제가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찌개냄새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강성언(대건 안드레아, 65세)씨가 아내 김경순(안젤라, 65세)씨의 밥을 먹여주고 있었다. 김경순 씨는 16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수족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며, 언어장애와 약간의 치매기도 있다. 16년 동안 부인의 수족이 되어 희생해 온 강성언씨는 자신 역시 천식을 앓고 있어 힘든데도 아내의 병수발과 집안 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젊었을 때 강성언 씨는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배우지 못한 서러움에 누군가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되면 화를 내고 폭력적으로 변했던 불같은 성격이었다. 그랬던 그는 자신이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아내의 신앙심으로 인해 하느님을 알게 됐고 자신의 과오를 깨닫게 되었다”고 믿는다. “하느님께서 지난 날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사랑해 주심에 감사하다”는 그는, “내가 지금 아내에게 해주는 것은 아내가 그동안 고생하며 나에게 잘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치유되었지만, 한때는 부인이 요실금으로 소변을 참지 못하고 누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혔다는 강성언 씨는 때로 아내를 돌보는 일이 힘들 때, 예수님의 십자가를 조용히 바라보며 묵상한다고 했다.
강 씨는 성경 통독에 임하고 있는데, 현재 열왕기 부분을 읽고 있다. 또 매주 금요일 3시, 십자가의 길도 바치고 있다. 특히 13처에서는 늘 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사랑하는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으시는 성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을 쏟게 된다는 그는 때론 지금 자신에게 닥친 이 시련이 힘들어도 “예수님은 아무 잘못 없이 수난 받으셨는데 나의 이런 희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요즘 젊은 부부들이 서로 참고 인내하며, 희생하려는 정신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내 짝이 쓸모없게 되고 필요 없다고 또 싫어졌다고 버리며 안 된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그저 내 아내를 내 몸같이 여기며 내 십자가(아내를 돌보는 것)를 잘 지는 것이 작은 선교이며,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한다”며 “하느님 자녀로 태어났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잘 지고 충실히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참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하느님께서 맺어준 배우자와 내 가족에게 먼저 잘해야 이웃을 사랑하게 된다”며 “하느님의 사랑의 원천인 성가정 이루고 사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내에게 좀 더 잘해 주기 위해 합치자는 아들의 청도 거절한 채, “육신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아내를 잘 돌보아 줄 것”이라고 말하는 강성언 씨. 그가 김경순(안젤라)씨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신앙의 힘’이죠” 그는 자신이 아내에게 해주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언젠가는 하느님을 체험하여 신앙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박명영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