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은 ‘내적 복음화’인데, 이는 우리 자신의 변화, 영적 성숙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개인의 영성, 단체의 영성, 본당의 영성을 보다 더 키워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노력하자는 것이지요. 특히 순교자의 피에 얼룩진 곳에 세워진 교구의 교구민으로서 순교자들을 잘 본받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면서 우리 교구민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순교영성에 대한 교육을 다각도로 실시하고자 합니다.
‘외적 복음화’는 그렇게 내적 복음화를 통해 내실을 갖춘 한 신앙인이 새 복음화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통해서 외적으로 실천할 것이냐에 대한 것입니다.
첫 번째는 ‘선교’입니다. 통계를 보면 경기도 내에는 아직 어떤 신앙도 갖고 있지 않은 이가 50% 이상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아직 경기도 남부 지역이 복음화 되지 않은 것이고, 때문에 우리 천주교가 선교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교구 내 주민들에 대한 선교 외에도 ‘주는’ 교회로서, 해외 선교에 대한 기반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현재 중국과 아프리카 수단 등에 사제들이 파견돼있지만 앞으로는 아시아나 남미 쪽의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한 해외 선교도 펼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복음화’ 인데, 이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히 신자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회복지 문제를 비롯해 이주민, 수인, 위기가정, 빈곤층 등 이른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환경, 생명, 인권, 불공정한 사회 구조 등에 대해서도 신자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정치인들 중에도 가톨릭 신자가 많지만, 실제 정책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 가톨릭의 가치관과는 정반대되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가톨릭이 어떤 생명관, 정의관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대사회 공동선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 교구 명예기자단을 대상으로 주교님께 여쭤보고 싶은 점에 대해 앙케이트를 했을 때, 가장 많았던 질문이 ‘청소년 사목’ 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 특별히 생각하고 계신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듣고 싶습니다.
- 청소년 사목에 대한 교회의 일관된 이론적 지침은 있긴 하지만,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지에 대해서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 나아가 전 세계 사목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입시와 취업 문제로 태어나면서부터 공부에 시달림을 받는, 청소년 사목이 어려운 토양입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성당활동에 대해서는 손해라고 생각하고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획일화된 청소년사목보다는, 주일학교 외에도 청소년 영성이나 신앙을 심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소공동체 활동, 쎌 활동, 돈 보스코 활동, 스카우트, 문화예술 체험 등 여러 가지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들을 총 망라해 다채로운 방식의 청소년 신앙교육에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 계층에 대한 재정적인 투자와 지원도 과감해질 필요가 있겠지요.
사제의 해는 신자의 해, 복음 삼덕 지향하자
■ 오는 19일부터 사제의 해가 개막됩니다. 교구민들이 사제의 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사제의 해’라고 해서 사제의 성화만을 위한 해는 아닙니다. 사제의 해가 신자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신자의 해이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교황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이 뭔지 아십니까? ‘세례 받은 남자’입니다. 주교, 사제, 평신도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부 포괄해, 우리 ‘신앙인’들 모두에게는 보편적인 성화의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을 전제로 한다면, 신앙인들은 수도자들처럼 ‘복음 삼덕’(순명, 절제, 정결)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순명은, 올바른 조건이 갖추어진 명령에 대해 순명하는 합리적인 순명을 말하는 것이지요.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본당에서는 사목자에게, 교회 안에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순명해야 합니다.
또 ‘절제’는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내가 현세에서 소유한 것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가난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가진 명예와 지위를 신앙인답게 신앙의 도구로 잘 쓰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결’인데, 이는 어렸을 때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유혹과 탈선의 위험에 많이 노출돼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큰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정결의 개념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복음 삼덕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성체 중심, 그리고 성경말씀 중심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또, 사제의 해 기간에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전기 뿐 아니라 귀감이 될만한 성인전을 되도록 많이 읽어보시길 권장하고 싶습니다.
독서가 주교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 이번에는 교구민들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주교님께서는 평소에 시간이 나시면 어떻게 여가를 보내시는지요. 취미가 따로 있으신가요?
- 취미를 ‘책읽기’ 라고 하면, 사람들이 보통 점수는 주겠죠? (웃음) 예전에는 많이 읽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예전에는 여행도 더러 다녔었지만, 지금은 시간상 엄두내기가 어렵고 다만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산책과 등산을 주로 하는 편이죠. 일주일에 (등산을) 1~2번은 가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지요.
■ 주교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 숨 쉬는 모든 사람이 갖는 것이 스트레스라는데, 특별한 해소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취침을 일찍 해서 잠을 충분히 자려고 합니다. 밤 10시경에는 잠을 청하려고 노력해서, 기상은 보통 6시 정도에 하지요.
■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 토종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날배추가 들어간 구수한 된장국, 오이지, 백김치, 각종 나물 처럼 채식을 좋아하는 편이죠.
■ 문화 예술 분야 중에서 가장 관심 있어 하시는 분야가 있으신지, 또 특별히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또, 최근 보신 작품이 있다면 소개나 추천 부탁드립니다.
- 여기 건반(주교관의 책상 옆에 있는 키보드를 가리키며)도 있긴 하지만, 가끔 연주하는 것이지 대단한 실력은 못됩니다. 영화나 연극, 발레, 음악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물론 여기 와서는(주교가 되고 나서는) 보러가기 어려워지긴 했지만 실제로도 가끔 보러 갑니다.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을 보면서 저는 하느님의 오묘하심,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의 예술에 대한 깊은 감흥을 느낍니다. 특별히 누구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다만 혼신을 다해 삶의 진솔한 메시지를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이, 넓은 의미에서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고 그들이 바로 하느님을 알리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최근에 본 공연에는 뮤지컬 안중근이 기억에 남고, 추천해드릴 만한 서적은 주옥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구엔 반 투안 추기경),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김수환 추기경), ‘시집-아득한 여로’(이문희 대주교) 처럼 성직자들이 쓴, 신앙적 감동을 전해주는 책들도 있고, 만 아홉 살에 소아암으로 짧은 생을 마친 대만 소년의 이야기인 ‘내게는 아직도 한 쪽 다리가 있다’(주대관)와 ‘어디로 가야하나’(황창연 신부),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삶’(김태원 신부)처럼 환경과 자연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책도 있고 ‘남한산성’(김훈)처럼 우리의 역사관 민족관을 잘 그려낸 책도 있죠.
■ 추천해주신 책을 열심히 받아 적긴 했는데, 이 책을 다 읽으려면 올해가 다 갈 것 같습니다.(웃음)
-제가 아마 이것 때문에 건강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책을 한번 잡으면 잘 놓지를 못해서...(웃음)
“파워포인트 배우고 있어요”
■ 수원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신문’을 제작하고 있고, 현재 교구민과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 새 홈페이지를 개편 중에 있습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의 발전이 교회에도 급속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수원교구 내에서도 멀티미디어가 시대 흐름에 맞게 많이 접목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러한 멀티미디어(인터넷, 신문, 동영상등) 매체가 교회 안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좋을 지, 주교님의 혜안을 듣고 싶습니다.
- 멀티미디어는 교회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선교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고, 사목자들 역시 최대 관심을 갖는 부분이죠. 이런 것을 통해서 널리 가톨릭신앙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사실, 말로 전하는 사제의 강론 한마디보다도 절실한 이미지 하나가 신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감동을 주지 않습니까? 저 역시 파워포인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강론이나 교리에 대폭적으로 멀티미디어를 도입해야 합니다. 영상이나 사진 등의 효과를 교회 안에서 다각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윤리신학자이신 주교님께 인터넷 윤리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인터넷이 편리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냄비식 여론몰이를 이끈다는 점 등 많은 폐해를 안고 있는데, 주교님께서 바라보셨을 때, 올바른 인터넷 윤리를 정착시켜나가기 위해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인터넷 윤리를 정착시키는 것은 어떤 일시적인 정책이나 가르침 한번으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격 수양, 양심을 지키는 일에 있다고 봅니다. 또 올바른 인격과 양심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건강한 양심과 도덕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바른 철학을 가진 부모들이 타인을 존중하고 나눔을 생활화하는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앙인들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분,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 교구장 이용훈 주교(중앙)와 김윤희, 김낙구, 이윤창, 박명영 명예기자(왼쪽부터)
발길 닿는 어디서든, 복음의 메시지 발견하길
■ 명예기자들이 취재한 모든 소식은 인터넷신문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교구장으로서, 또 인터넷신문의 한 독자로서 인터넷신문에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으신지요.
-우선 감동을 주는 기사가 많았으면 합니다. 뛰어난 글 솜씨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의 대상 자체가 감동적인 기사들을 많이 발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인터넷신문이 교구와 각 본당이 공감대를 형성해 일치할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 기능해서 교구의 목표, 공동선 지향에 도움이 되는 매체이길 바랍니다. 한편, 교구민들의 개인 성숙을 위해서도 힘써야 합니다. 성인처럼 사는 이 시대 평신도들의 이야기나 귀감이 되는 선교 사례와 같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자신만의 이야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 널리 전파되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복음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하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명예기자단이 올 가을이면 발대 2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교구 내에서 명예기자단의 활동이나 역할을 교구장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셨는지요. 또 앞으로 어떤 사명을 갖고 활동했으면 하시는지 당부말씀 부탁드립니다.
- 워낙 열심히 활동해주시기 때문에 당부라기보다는, 키워드(keyword)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우리 명예기자들은 하느님을 전하는 사람들, 구체적으로는 하느님의 마음, 정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선봉에 선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가는 그 곳이 바로 그 취재의 중심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십시오. 여러분이 취재하는 곳에 어떤 이벤트가 있고 어떤 행사가 있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무심코 간 그 곳, 발걸음이 닿은 그 현장이 바로 우리가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를 찾는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항상 여러분의 활동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대답 곳곳에는
교구민들에 대한 애정이 숨쉬고 있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UNITAS IN CHRISTO).
교구의 든든한 가장, 겸손한 목자로 교구를 이끌 이용훈 주교와
72만 여 교구민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갈 것이다.
취재 : 김낙구, 김윤희, 박명영, 이윤창 명예기자
정리 : 교구 홍보·전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