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일생과 순교정신, 불굴의 믿음을 현양하는 10차 순교자 현양 대회가 지난 24일 수원 성지 야생화 마당에서 최덕기 주교와 수원대리구 공동사제단의 집전으로 거행되었다.
제1부는 천 여 종의 토종야생화가 심어져 있는 수원성지 마당에서 ‘화성 봉돈(烽墩) 묵주기도의 길’(봉돈-수원 화성의 봉화대를 1/30로 축소한 정약용이 설계한 굴뚝, 오병이어를 상징)을 따라 묵주기도를 봉헌한 데 이어, 수원 순교자의 믿음을 묵상하는 현양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현양미사는 복자후보로 추천된 수원 순교자 8위 지다두, 박의서, 박원서, 박익서, 원방지거, 윤바오로, 김사범, 박말구와 심응영(뽈리 데시데라토, 파리 외방 전교회)신부, 병인박해 순교자 78위, 2천여 명의 무명 순교자를 기억하는 한편, 교구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땀의 순교자’가 되길 바라는 지향으로 봉헌되었다. 2천여 명이 넘는 순례객들은 성지마당, 성당, 주변시설을 가득 채워 현양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최덕기 주교는 강론에서 수원성지 10주년을 축하하면서 순교자 8위의 일대기 및 순교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여 좀 더 많은 자료와 그 후손을 찾아줄 것을 요청하였다. 최 주교는 “예수님을 가장 사랑하여 주님의 벗들이 되어 온갖 욕설, 매질, 고통을 이겨내고 끝까지 주님을 바라보며 순교한 거룩한 정신을 머리와 지식이 아니라 온몸으로 기리길 바란다”며, 103위 호칭기도를 잘 봉헌하고 성지순례를 자주하기를 당부하였 다. 특히 수원성지 복자후보로 추천된 8명의 시성을 위한 시성 기도를 바칠 것, 순교자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현양하며 성지순례를 통해 순교자들의 도움을 청할 것을 바라면서 수원대리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힘을 합쳐 매년 몇 십만, 몇 백만의 순례객들이 올 수 있도록 힘을 합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점심 후 진행된 제2부는 김창숙과 마리스텔라 무용단 공연, 찬미와 율동, 성인유해 공경, 순교성인 유해(7위) 친구, 다산정약용 CD상영 등 다채로운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수원성지와 어우러지는 우리 국악성가
무명 순교자들의 영성을 따라
이 날 현양대회는 국악미사곡의 원곡자인 강수근 신부의 신명나는 지휘와 순교자의 영광을 기리는 순례객의 찬미가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 특히 국악미사곡은 호평을 받았다. 김정순(마리아, 고등동) 씨는 “음악도 좋고 자매들이 많이 모여서 좋다”고 전했으며 한 수도자는 “한국의 정서와 어우러져 성지마당과 한국 순교자분들이 참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악성가가 오늘은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통성당에서 온 신자들은 “국악성가로 미사를 봉헌하니까 느낌이 강렬하고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번 순교자 현양대회에 참여한 이들은 무명 순교자들의 영성을 통해 선교와 기도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도 했다. 가난한 이들의 자매회의 한 수도자는 “전례가 한국식이 되니 마음이 와 닿고, 우리나라의 흥, 열정적인 신앙이 끓어오르는 것 같다”며, “강론을 통해 순교자 한분 한분이 자기를 희생시키고 남을 위해 베푼 것을 알았고 우리의 삶 안에 그것이 있어야 하겠다”고 전했다. 가끔 수원성지를 찾는다는 오희자(루치아, 왕곡) 씨는 “아파트 주위 사람들을 선교해 영혼을 구할 때마다 기뻤다”면서 “목숨까지 바치신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치지는 못하지만 저도 그분을 본받아서 믿지 않는 영혼을 한분이라도 구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희망”이라며 선교의지를 되새겼다. 또 “복자품에 올려진 8위에 관하여 자세히 알게 됐는데, 그분들에 대해 신자들에게 알리고 시성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이도 있었다.
순교자를 닮아가는 사람들
이번 현양대회 봉사(총괄 현정수 신부)는 수원성지위원회와 후원회를 중심으로 행사, 전례, 홍보, 시설 등 분과별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입구에 손소독제를 친절하게 뿌려주는 봉사자들, 운전기사 사도회,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 병원 간호사, 한울림 합창단과 수원대리구 연합성가대, 그리 아침 일찍부터 고해성사로 순교자 현양대회를 준비하는 순례객들의 정성이 합쳐졌다. 성지마당의 잡초 하나도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 뽑지 못하게 한다는 정운석(요한사도, 북수동총회장) 씨는 “해마다 행사인원과 참여인원이 확실히 늘어나고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신자들이 좀 더 많이 후원회에 가입하고 진정한 성지다운 면모를 갖추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룩한 땅이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봉주 안에 피어있는 장미묘목마저 순교자들의 믿음을 본받은 듯 해를 향해 뻗어 있는 수원성지에서는 50만단 로사리오기도와 벽돌 5만장 봉헌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순교자 현양 기도회, 매월 첫 금요일에 달빛 순례 등 다양한 순례 프로그램을 통하여 순교자 믿음을 본받고 싶어 하는 순례객을 기다리고 있다.
서전복 명예기자
사진 전창남, 서기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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