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네 편’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편(便)’은 사람 인(人)에 고칠 경(更)이 더해진 글자로 ‘편하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입니다. 특히 경(更)은 ‘두 개의 받침을 포개어 힘을 보태 굳건하게 만든다’라는 뜻에서 고치다, 개선하다, 다시 등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렇듯 ‘내 편’이라는 말 속에는 ‘나를 받쳐주는 힘’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내 편은 나의 아군이자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편’이 누구인지를 떠올려 보십시오. 나의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부모나 자녀 그리고 친구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편인 줄 알았는데, 남의 편 같아 보일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배신감과 함께 분노까지 일어납니다. 그래서 남편이 ‘남의 편’이라는 이상한 해석도 하는 것 같습니다(원래는 편안한 남자, 그래서 동반자가 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진정한 내 편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이를 성경의 저자들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내 편이시다’라는 말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님을 내 편으로 모신 사람들, 그리고 내 편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희망을 품고 지금을 기쁘게 살아갑니다. 진정한 내 편은 주님뿐입니다.
오늘은 하늘 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로,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입니다. 모든 성인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요? 바로 하느님을 내 편으로 굳게 믿었고, 내 편이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철저하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에서 하느님을 직접 뵈면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는 성인들처럼, 우리 역시 그런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참 행복 선언을 하십니다. 그 행복은 세상의 기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기준이었고, 하느님 편이 아니라면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모두가 세상을 내 편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을 내 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향해 “행복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오늘, 성인들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을 내 편으로 모실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분만이 진정한 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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