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월 11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11 조회수 : 33

복음: 마태 3,13-17: 예수께서 세례받으시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고 있다. 이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 시작을 드러내며, 동시에 우리 각자가 받은 세례의 의미와 사명을 다시 묵상하게 한다. 

 

1. 세례 받으신 예수님: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

세례자 요한은 죄 없는 분께서 세례받으려 하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단지 요한의 놀라움만이 아니라, 초기 교회 신자들 또한 느꼈던 신비일 것이다. 세례는 본래 회개의 표지였지만, 예수님은 죄 없으신 분으로서 인간과 완전한 연대를 이루시기 위해, 또한 십자가에서 세상의 죄를 짊어지실 그 사명을 미리 드러내시기 위해 세례를 받으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당신 죄 때문이 아니라, 당신 모범으로써 우리를 세례로 초대하시기 위함이었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5,3) 즉, 그리스도의 세례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례 원형이며 초대이다. 

 

2. 하느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순명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모두 이루어진다”(15절)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아버지 뜻에 대한 온전한 순명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주석하고 있다. “그리스도께는 세례가 필요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모든 의로움을 완성하시기 위해 그분께서 친히 받으셨다.”(Homiliae in Matthaeum, Hom. 12,1) 이처럼 그분의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아담의 불순명을 치유하고 하느님과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는 순명의 시작이다(로마 5,19 참조). 

 

3.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임하시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자 “하늘이 열리고”(16절),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임하신다. 이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닫혀 있던 하늘이 다시 열리고, 인류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교부들은 이 장면을 삼위일체의 계시로 이해했다.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삼위일체가 나타났다. 아버지는 음성 안에, 아들은 인간의 모습 안에, 성령은 비둘기 안에 드러나셨다.”(Sermo 2 de Epiphania, 6) 

 

4. ‘사랑하는 아들’: 메시아적 사명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7절). 이 말씀은 이사야서의 ‘야훼의 종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이사 42,1 참조). 메시아는 단순히 정치적 해방자가 아니라, 고통을 통하여 백성을 구원하는 겸손한 종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세례와 우리의 세례를 연결하며 이렇게 가르칩니다.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은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온 교회를 같은 성령으로 채워, 모든 신자가 왕적·예언적·사제적 사명을 가지게 하신다.”(교회 12항) 따라서 예수님의 세례는 곧 우리의 사명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는 세례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세상 안에서 복음을 증거하며 사랑과 정의를 실천할 책임을 지니게 된 것이다. 

 

5. 우리의 세례: 빛과 사랑의 불꽃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소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 소명은 힘과 권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겸손과 나약함을 통하여 드러나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권고한다. “그리스도인이여, 기억하라. 너희가 받은 성사는 빛의 표징이다. 그러니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라.”(Sermo 272) 

 

6. 맺음말

오늘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면서, 우리 각자가 받은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묵상하자. 세례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은총의 원천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처럼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고, 겸손과 사랑으로 형제들을 섬길 때, 세례받은 이들의 빛은 세상을 밝히고, 하늘로 향하는 길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