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빵의 기적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성서학자들은 마르코와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를, 특별히 줄거리와 내용 면에서, 요한복음서와 구별하여, ‘함께(共) 본다(觀)’는 의미에서 ‘공관복음서’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수난에 관한 이야기 이외에 예외가 있다면, 다시 말해서 네 복음서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오천 명을 배부르게 한 빵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마르 6,30-44; 마태 14,13-21; 루카 9,10-17; 요한 6,1-15). 빵의 기적 사건이 물리적이며 영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근거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오천 명’이 아니라, ‘사천 명’을 배부르게 한 또 다른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복음 저자들 가운데 마르코와 함께 마태오만이 이 이야기를 전함으로써(마태 15,32-39), 빵의 기적 사건이 두 번에 걸쳐 이루진 것으로 보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서학자는 단 하나의 사건이 두 가지 형태로 전수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학자들은 사천 명을 배부르게 한 오늘 이야기를, 오천 명을 대상으로 펼쳐진 첫 번째 기적 이야기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로 취급하며, 첫 번째 이야기와는 별도로 전승되어 온 독립적인 이야기로 봅니다. 그러니까 루카와 요한과 달리, 마르코와 마태오는 예수님이 두 번에 걸쳐 빵을 많게 한 기적을 행사하신 것으로 확신하고서, 각자의 복음서에 올리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은 또 다른 갈래의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마르코가 강조하고자 했던 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 답을 다음 단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의 악의에 찬 의도적 질문에 대한 개탄과(마르 8,11-13),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하는 제자들의 믿음 부족에 대한 질타로 넘어갑니다(마르 8,14-21). 물론, 바리사이들과 제자들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관심은 당신을 그리스도로 고백해야 할 제자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마르 8,27-30). 군중에 대한 가엾은 마음으로 두 번에 걸쳐 빵을 많게 하신 놀라운 기적, 그야말로 ‘하늘에서 온 표징’을 보여주었음에도 아직도 믿음이 부족하니, 예수님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하는 복음 저자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 서술입니다. 제자들은 앞으로 펼쳐질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길, 끝내 죽음과 부활의 길을 목격하고서, 이에 대한 목격 증인으로서 이 세상에 그 길을 선포해야 할 사람들, 제2의 그리스도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빵의 기적 이야기는 군중에 대한 예수님의 가엾은 마음에서 출발하며, 제자들이 군중의 배고픔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독려하는 가르침, 먹거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재물은 하느님의 선물로서 나누고 베풀어야 하는 요소임을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과 같은 가엾은 마음을 품고 물리적 또는 영적인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을 살피고 나누고 베푸는 가운데, 우리의 신앙을 자랑하며 다져나가는, 뜻깊은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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