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주일]
복음: 마태 26,14-27,66
내 고통에만 너무 깊이 함몰되지 맙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아 수난 복음을 읽고 또 읽습니다.
젊은 시절 저는 무기력한 사형수가 되셔서, 골고타 언덕 십자가 위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왕이면 속 시원하게 적대자들 싹 쓸어버리시며 공생활을 완수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수님께서는 3년간의 공생활 기간 때 하신 사도직보다 훨씬 더 어렵고, 훨씬 더 의미 있는 사도직을 십자가 위에서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상칠언이라고 하는데,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곱 말씀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는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위해 엄청난 사도직을 행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상칠언 7마디를 순차적으로 나열해보니 이렇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 26-27)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56)
“목마르다.”(요한 19,28)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 돌아가시면서도 우리를 위한 사랑의 사도직을 실천하셨다면, 그분의 제자인 우리 역시 극심한 고통, 이해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서도 그분처럼 사도직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반드시 예수님께서 체험하셨던 성 금요일 오후 골고타 언덕 위 체험을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괴롭다, 죽겠다, 할 것이 아니라 고통 한가운데서도 할 수 있는 그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언젠가 우리 모두는 더 나이가 들고, 병고가 찾아오고, 반드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될 것입니다.
응급실도 들어가고 수술실도 들어가고, 호스피스 병동에도 들어갔다가, 임종방을 거쳐 하느님께로 건너갈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예수님의 가상칠언 생각해야 합니다.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신 용기있는 모습을 떠올려야 합니다.
환자로 병실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힘들다, 불편하다 짜증 내지 말고 환하게 웃으면서 돌봐주시는 의료인들, 간병인들, 보호자들에게 환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그들을 위해 하루 종일 묵주를 돌려야 할 것입니다.
내 고통도 극심하지만 나보다 더 큰 고통 겪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고통을 기쁘게 견뎌내며,
내 고통을 예수님의 고통에 일치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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